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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의 원형

이관훈(Project Space 사루비아다방 큐레이터)

전현선이 크게 품은 뿔은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은
설화, 신화, 동화, 희곡 같은 상상력을 내뿜는다.
자신도 어디서 오는지 모를 우연히 등장한 뿔은 신기하게도
이미지를 연상하면 할수록 의미가 증폭되는 현상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뿔은 각각의 이야기들 중심에서 사라진다.
존재하지만 의미 없는, 자기 역할을 다한 그 원뿔은
작가의 무의식으로 들어가는 입구와 출구로서의 점이자 현실너머의 구멍인 블랙홀과 같은 존재, 즉 의미의 원형인 것이다.

뿔에 대한 의미의 반복과 이미지가 중첩되어가며 이어지는 문장들 사이에 혼선을 빚으며 탄생한 ‘뿔과의 대화’의 그림에는 실재가 아닌 인식의 차이로
‘원뿔’이 보이지 않는다. 그 원뿔은 추상적인 도형으로 상징성을 갖는다.
알 수 없는 수수께끼에 휘말리는 느낌이다.

그려진 원뿔을 보면 대상에서 미끄러져 그 원뿔을 둘러싼 꾸며낸 이미지와 여기서 야기되는 갖가지들이 생각날 만큼의 원형을 그리게 한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다중성을 지닌다. 복잡하고 혼란하고 미묘한 화면구조를 이루며,
작가 스스로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감성 너머의 순간들에 기댄다.

뿔은 의식에서 나타나지 않지만 마치 꿈의 상징을 무의식의 상태로
변장시키는 수단처􏰀 장소에 따라, 위치에 따라, 시간성에 따라, 심리적인 변화에 따라
의미에 대한 반복적인 작용에 의해 연쇄적으로 이어나간다.
화면은 예상할 수 없는 이미지와 스토리로 뒤섞이며
무작위적인 진공상태에서,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그가 취하고자하는
산, 들, 나무, 숲, 구름, 하늘, 정원, 연못, 돌, 테이블, 음식, 사물, 식물, 동물, 사람 등은
뿔이 위장하고 가설한 무대 위에서 다양하고 신비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한다.
뿔이 가설한 위치와 상황에 따라 그 요소들의 역할극이 바뀌며,
문장이 바뀌듯 환영의 움직임들이 그 변주에 리듬을 탄다.
그의 그림은 모든 상황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극단적인 감정의 가설로 피어난다.
그는 그림을 통해 원뿔을 비유해 은유적, 상징적인 의미로 번역하고, 그 의미를 가설 안에서 서사로 풀어내어 그림과 그림 사이에서 파 생될 수 있는 사건의 여지를 열어둔다.

 

그의 그림의 행간을 오고가며, 문득, 그림은 그림으로써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 인지하게 된다. 세대 간의 문화적 이슈에 의해 콘텐츠가 변화하듯, 회화의 지층도 달라진다.
젊은 세대는 문화적 환경과 이미 서술된 회화의 언어들 틈바구니에서 자생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날것의 이미지와 생각들을 날려 보낸다.

전현선의 회화도 이러한 세대흐름과 함께하며 감각을 곧추 세운다.
감각의 지층이 아날로그 세대에 비해 얇아졌지만, 다양한 변주와 리듬을 캐치하는 능력은
차이를 드러낸다.
소비되는 이미지가 넘쳐나고 불명확한 콘텐츠 속에서 그가 지닌 감각의 지평은 본능적으로 넓혀졌다.
그 본능은 의미의 원형에서 건져낸 이미지들을 다양한 변주의 흐름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편집할 수 있는 기능을 확장시켜 또 하나의 창작 유형을 만들어 낸다면, 우리들이 생각하지 못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